💡 핵심 인사이트
ERP는 엑셀이나 카카오톡처럼 다운받아 '다음 ➔ 다음 ➔ 설치' 누르면 끝나는 단순한 소프트웨어가 아닙니다.
회사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뼈속부터 뜯어고쳐 수백억이 깨지는 거대한 수술이므로, 분석(선정) ➔ 설계 ➔ 구축(커스터마이징) ➔ 구현(데이터 이관 및 오픈) 이라는 4단계의 치밀한 폭포수 생명주기를 거쳐 도입됩니다.
Ⅰ. 1단계: 분석 (Analysis / As-Is 파악)
가장 먼저 우리 회사가 지금 어떻게 개판으로 일하고 있는지 민낯(As-Is)을 파악하고 목표를 잡는 단계입니다.
- AS-IS 분석: 영업팀 김대리가 견적서를 손으로 써서 결재판을 들고 다니는 노가다 현황을 조사합니다.
- ERP 패키지 선정: "우리 회사는 제조업에 특화된 SAP가 맞을까, 싼값의 더존(Duzon)이 맞을까?" 벤더를 선정합니다.
- TF 팀 구성: IT 개발자뿐만 아니라, 회사 내의 꼰대 부장님부터 실무 에이스들까지 핵심 현업 담당자(Key-Man)를 모두 차출해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립니다. (이들이 반대하면 ERP는 무조건 망합니다.)
Ⅱ. 2단계: 설계 (Design / To-Be 도출)
구입한 SAP 프로그램이 담고 있는 '글로벌 초일류의 일하는 방식(Best Practice)'과 우리 회사의 옛날 방식을 충돌시키며 새로운 이상향(To-Be)을 설계합니다.
- TO-BE 프로세스 도출: "SAP에는 모바일 결재 버튼 1번만 누르면 끝이네? 우리 회사 규정도 다 뜯어고쳐서 이 방식대로 하자!" (이 과정에서 뼈를 깎는 BPR,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이 일어납니다.)
- Gap 분석: "SAP는 이런 기능이 없는데, 우리 회사는 특수하게 관세청 연동 기능이 꼭 필요해." 이처럼 패키지가 제공하는 기본 기능과 우리 회사가 요구하는 기능 사이의 차이(Gap)를 현미경으로 찾아냅니다.
- 커스터마이징 결정: 이 Gap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회사의 룰을 꺾고 SAP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돈을 더 주고 SAP 소스 코드를 우리 회사 룰에 맞게 뜯어고칠 것인가(Customizing)를 피 터지게 협상하여 결정합니다.
Ⅲ. 3단계: 구축 (Build / 커스터마이징)
결정된 설계도를 바탕으로 실제로 컴퓨터(서버)에 세팅하고 코딩하는 단계입니다.
- 모듈 조합 및 환경 설정: 회계, 인사, 물류 모듈을 켜고 변수(Parameter)를 우리 회사에 맞게 튜닝합니다.
- CBO (Custom Built Object) 개발 (애드온): 앞서 Gap 분석에서 SAP에 없어서 뼈저리게 필요했던 특수 기능(예: 우리 회사만의 독특한 바코드 스캐너 연동 UI)을 개발자들이 직접 C언어나 자바, ABAP 언어로 새로 코딩해서 덧붙이는(Add-on) 노가다를 수행합니다.
Ⅳ. 4단계: 구현 (Implementation / 오픈)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끝내고, 과거 낡은 시스템을 부수며 새로운 ERP를 세상에 띄우는 긴장되는 순간입니다.
- 데이터 이관 (Data Migration): 가장 지옥 같은 작업입니다. 10년간 옛날 시스템에 쌓인 100만 건의 쓰레기 데이터 중 깨끗한 것만 씻어내어(클렌징) 새 ERP DB 형식에 맞게 이사시킵니다.
- 시스템 오픈 전략:
- 빅뱅(Big Bang) 오픈: "금요일 밤 12시! 옛날 시스템 전원 뽑아버려! 월요일부턴 전 직원이 새 ERP만 쓴다!" 리스크가 크지만 속전속결입니다.
- 단계적(Phased) 오픈: "일단 회계팀만 새 ERP 써보고, 한 달 뒤에 영업팀 열어주자." 안전하지만 두 시스템을 억지로 연결해야 해서 복잡합니다.
📢 섹션 요약 비유: ERP 구축은 **'기성복 양복 맞춤 대작전'**입니다. 옷가게에서 가장 유명한 명품 양복(SAP 패키지)을 골라서 입어보고(분석), 내 뚱뚱한 뱃살과 양복 핏의 차이(Gap 분석)를 잽니다. 살을 빼서 옷에 내 몸을 맞출지(BPR), 돈을 내고 바지 단을 수선할지(CBO 커스터마이징) 치열하게 고민한 뒤, 마침내 수선이 끝난 새 양복을 입고 입사 첫날 출근(빅뱅 오픈)하는 거대한 인생 역전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