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사이트 (3줄 요약)
- 본질: GRE(Generic Routing Encapsulation)는 시스코가 1994년에 뚝딱 만들어낸 가장 단순하고 무식한 초기 터널링 프로토콜로, 이름의 Generic(범용)이 뜻하듯 뱃속에 IP뿐만 아니라 OSPF, 멀티캐스트, 구형 AppleTalk 등 세상의 거의 모든 잡다한 프로토콜을 통째로 싸서 넘길 수 있는 "다이소 비닐봉지" 같은 포장 기술이다.
- 치명적 약점 (비보안성): 이 비닐봉지는 완전히 투명해서(평문 전송), 중간에 지나가는 해커가 뜰채로 패킷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속 안에 든 사내 비밀문서나 아이디/비밀번호를 100% 훤히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보안 제로(0)의 치명적 결함을 가지고 있다.
- IPsec과의 영혼의 파트너: IPsec은 암호화는 완벽하지만 융통성이 없어서 멀티캐스트(OSPF 라우팅 패킷)를 전송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잡식성인 GRE 비닐봉지에 OSPF 지도를 욱여넣고 묶은 다음, 그 묶음을 IPsec이라는 강력한 금고(암호화) 안에 한 번 더 집어넣는 "GRE over IPsec" 방식으로 단점들을 완벽하게 보완해 사용한다.
Ⅰ. 개요 및 필요성 (Context & Neces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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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임의의 네트워크 계층 프로토콜 패킷을 다른 임의의 네트워크 계층 프로토콜로 캡슐화하여, 논리적인 지점 간(Point-to-Point) 가상 터널을 생성하는 프로토콜 (RFC 2784). IP 프로토콜 번호 47번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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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성: 서울 본사 라우터와 부산 지사 라우터를 인터넷망 위에서 마치 직통 케이블을 꽂은 것처럼 연결하고 싶다. 두 라우터끼리 OSPF(동적 라우팅) 지도를 교환해야 하는데, OSPF 패킷은 목적지 주소가
224.0.0.5(멀티캐스트)다. 이걸 일반 인터넷(KT 망)에 쏘면 인터넷 라우터들은 "이게 뭔 개소리야" 하고 다 버려버린다. "이 멀티캐스트 패킷을 통째로 박스에 담아, 겉면엔 유니캐스트(공인 IP) 주소를 붙여서 KT 망을 속여서 통과시키자!" 이럴 때 가장 빠르고 가볍게 씌울 수 있는 박스가 바로 GRE였다. -
💡 비유: GRE는 편의점에서 파는 **"반투명 범용 쓰레기봉투"**와 같습니다.
- 모양이 이상하든 액체가 흐르든(멀티캐스트, 구형 프로토콜) 가리지 않고 욱여넣을 수 있습니다 (Generic 범용성).
- 봉투 겉면에 매직으로 도착지 주소를 쓱 써놓으면 택배 기사가 배달은 잘 해줍니다.
- 하지만 봉투가 반투명이라서(No Encryption),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해커)이 쳐다보면 안에 무슨 쓰레기가 들었는지 적나라하게 다 보입니다 (보안 취약).
📢 섹션 요약 비유: GRE는 자동차 겉면에 씌우는 **"위장막"**입니다. 내 차가 트럭이든 버스든 덮어씌워서 그냥 '승용차'인 척 톨게이트를 무사통과하게 해주지만, 방탄 기능(암호화)은 전혀 없어서 돌멩이(해킹)를 던지면 그대로 유리가 박살 나는 얇은 천에 불과합니다.
Ⅱ. GRE의 헤더 구조와 IPsec과의 연합 (Deep Dive)
1. GRE 패킷의 3겹 포장 (오버헤드)
GRE 터널이 뚫리면 원본 패킷은 아래처럼 3겹으로 무거워진다(24바이트 증가).
- Original IP Header: 사내 직원 PC가 보낸 원래 IP (목적지:
10.1.1.2). - GRE Header (4~8 Bytes): "내 뱃속에 든 건 OSPF야! (Protocol Type = 0x89)"라고 적혀 있는 접착제. 부가 기능 없이 순수 식별자 역할만 한다.
- New IP Header (20 Bytes): 인터넷(KT 망)을 뚫고 가기 위해 라우터가 새로 씌운 껍데기 (출발지:
서울 공인 IP, 목적지:부산 공인 IP). 프로토콜 번호 칸에는 **47번 (GRE)**이라고 쾅 찍혀 있다.
2. GRE의 멸망과 부활 (GRE over IPsec)
GRE는 편하지만 암호화가 없어서 보안 감사에 걸리면 즉각 징계를 먹는다. 반면 최고의 VPN 기술인 IPsec은 암호화는 신급인데, 치명적이게도 멀티캐스트나 브로드캐스트 패킷을 아예 캡슐화하지 못하는 멍청함을 가졌다. 즉, IPsec 단독으로는 두 지사 간에 OSPF 라우팅 맵을 교환할 수가 없다.
- 천재적 결합: 엔지니어들은 이 둘을 융합했다.
- 1단계: 먼저 OSPF 멀티캐스트 패킷을 잡식성인 GRE 비닐봉지에 집어넣어 유니캐스트 IP 패킷으로 포장한다. (멀티캐스트 해결!)
- 2단계: 이 GRE 비닐봉지를 통째로 IPsec 금고(ESP 헤더) 안에 집어넣어 자물쇠를 꽉 채운다. (보안 해결!)
- 결과적으로 OSPF 라우팅도 완벽히 돌고, 해커가 훔쳐봐도 내용물이 100% 암호화된 완벽한 사내망(VPN)이 완성된다. 현대 기업망 Site-to-Site VPN의 표준 교과서 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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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RE over IPsec 패킷 캡슐화 4단 콤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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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 포장된 VPN 패킷의 단면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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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공인 IP ] ◀─ 인터넷 통과용 배달 봉투 │
│ └── [ IPsec (ESP) 헤더 ] ◀─ 암호화 자물쇠 (여기서부터 안 보임!)│
│ └── [ GRE 헤더 ] ◀─ 멀티캐스트를 유니캐스트로 포장 │
│ └── [ 오리지널 OSPF 패킷 ] ◀─ 내 소중한 정보│
│ └── [ ESP 암호화 꼬리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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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점: 포장지 두께(오버헤드)만 거의 50~70바이트에 달해 │
│ MTU 블랙홀(패킷 잘림 현상)이 미친 듯이 발생하므로 │
│ 라우터 터널 인터페이스에 tcp mss 1360 세팅 필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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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션 요약 비유: GRE over IPsec은 부서진 유리컵(멀티캐스트)을 배송하는 완벽한 꼼수입니다. 컵을 먼저 **"뽁뽁이(GRE)"**로 칭칭 감아서 유니캐스트 모양으로 둥글게(배송 가능하게) 만든 다음, 그걸 도둑이 절대 못 여는 **"강철 금고(IPsec)"**에 넣어서 안전하게 택배로 쏘는 이중 포장술의 극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