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사이트 (3줄 요약)

  1. 본질: EIGRP는 시스코(Cisco)가 자기네 라우터에만 독점적으로 심어놓은(현재는 표준 개방됨) 고급 거리 벡터(Advanced Distance Vector) 프로토콜로, OSPF의 똑똑함(이벤트 갱신)과 RIP의 가벼움(거리 정보만 교환)을 기가 막히게 스까놓은 하이브리드 끝판왕이다.
  2. DUAL 알고리즘 (백업 루트의 마법): EIGRP가 가장 위대한 이유는 다익스트라 대신 **DUAL(확산 업데이트 알고리즘)**을 쓴다는 점이다. 이는 1등 길(Successor)뿐만 아니라 2등 길(Feasible Successor)을 계산해 미리 수첩에 몰래 적어두었다가, 1등 길이 끊어지는 즉시 0.001초 만에 계산 없이 바로 2등 길로 꺾어버리는 엄청난 속도를 자랑한다.
  3. 부분적 업데이트 (Event-driven): 멍청하게 30초마다 지도를 방송하던 구형(RIP, IGRP)과 달리, 평소엔 조용히 있다가 "선이 끊기거나 새로 생겼을 때만" 딱 그 변경된 정보만 쏙 뽑아서 신뢰성 있게(RTP 프로토콜) 이웃에게만 쏴주는 극강의 효율성을 갖췄다.

Ⅰ. 개요 및 필요성 (Context & Necessity)

  • 개념: IGRP의 단점(클래스풀)을 완벽히 해결하고 수렴(Convergence) 속도를 극대화한 시스코의 하이브리드 라우팅 프로토콜. (프로토콜 번호 88번, 멀티캐스트 224.0.0.10 사용).

  • 필요성: OSPF는 전 세계 표준이고 완벽에 가까웠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선이 하나 끊어지면 동네방네 엽서를 다 뿌린(Flooding) 다음, 라우터 CPU가 다익스트라 수학 공식을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 돌려야만 우회로가 뚫렸다. "CPU 부하도 심하고, 계산하는 데 2~3초 걸리잖아? 우린 공식 안 돌리고 끊어지자마자 0초 만에 바로 복구(수렴)되는 미친 속도의 알고리즘(DUAL)을 만들 거야!" 시스코 엔지니어들의 집념이 만들어 낸 괴물이다.

  • 💡 비유:

    • OSPF: 회사 출근길 1번 다리가 무너졌습니다. 나는 즉시 헬기를 띄워 도시 전체 지도를 다시 그리고(SPF 연산), 2번 다리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냅니다. 정확하지만 지도 그리는 데 3분이 걸립니다.
    • EIGRP (DUAL): 평소 출근할 때 이미 "1번 다리가 무너지면 2번 다리로 간다"는 백업 플랜(Feasible Successor)을 수첩에 미리 적어 놨습니다. 1번 다리가 무너지는 걸 본 순간, 뇌(CPU)를 거치지 않고 몸이 반사적으로 2번 다리 쪽으로 핸들을 확 꺾어버립니다 (0초 수렴).

📢 섹션 요약 비유: EIGRP는 전교 1등(OSPF)의 꼼꼼한 노트 필기법(신뢰성 있는 교환)과 전교 꼴찌(RIP)의 단순한 뇌 구조(남의 말 믿기)를 융합하여, 가장 빠르고 가벼우면서도 틀리지 않는 시험 정답(라우팅 테이블)을 뽑아내는 하이브리드 잡종 천재입니다.


Ⅱ. 3대 테이블과 DUAL 알고리즘의 위력 (Deep Dive)

1. EIGRP를 지탱하는 3개의 수첩 (테이블)

EIGRP 라우터는 머릿속에 정확히 3개의 장부를 들고 다닌다.

  1. Neighbor Table (이웃 장부): 나랑 연결된 EIGRP 라우터 친구들의 연락처 명부. Hello 패킷을 주고받으며 5초에 한 번씩 생사를 확인한다.
  2. Topology Table (토폴로지 장부): 이웃들이 나한테 "여기로 가면 10점이야, 저기로 가면 20점이야"라고 던져준 모든 소문(경로)들의 총합본이다. OSPF처럼 실제 지형도를 그리는 게 아니라 그냥 남들이 던져준 숫자(메트릭) 목록표다.
  3. Routing Table (라우팅 장부, RIB): 토폴로지 장부에 적힌 길들 중에 가장 점수(메트릭)가 싼 진짜 1등 길만 쏙 뽑아서 올리는 VVIP 장부. 실제 패킷은 이 장부를 보고 포워딩된다.

2. DUAL 알고리즘의 1등과 2등 뽑기

EIGRP의 심장인 DUAL의 용어는 시험에 100% 단골 출제된다.

  • FD (Feasible Distance): 내 라우터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총점수 (총 코스트).
  • AD (Advertised Distance): 내 옆집 라우터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점수.
  • Successor (석세서, 1등 경로): FD가 가장 낮아서 라우팅 테이블에 올라간 메인 도로.
  • Feasible Successor (피저블 석세서, 2등 백업 경로) ★핵심:
    • 조건: 2등 길의 AD < 1등 길의 FD
    • 이 이상한 공식을 통과한 2등 길만 토폴로지 장부에 백업용으로 합격 마크를 찍어둔다. (루프를 방지하기 위한 절대 수학 공식이다).
 ┌─────────────────────────────────────────────────────────────┐
 │                DUAL 알고리즘의 무중단 수렴(Convergence) 도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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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적지로 가는 두 갈래 길:                                       │
 │   [ 1번 윗길 ] 나 ─(5)─ A ─(5)─ 목적지  (총 10점, 내 친구 A는 5점) │
 │   [ 2번 아랫길 ] 나 ─(10)─ B ─(5)─ 목적지  (총 15점, 내 친구 B는 5점) │
 │                                                             │
 │   1. 1등 뽑기 (Successor):                                    │
 │      총점이 10점으로 더 싼 [1번 윗길] 당첨! (라우팅 테이블 등재)        │
 │                                                             │
 │   2. 2등 백업 자격 심사 (Feasible Successor 조건):               │
 │      B가 부르는 점수(AD=5) < 1등 총점(FD=10)                      │
 │      ▶ 5 < 10 이니까 합격! [2번 아랫길]은 훌륭한 백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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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기적의 수렴 (1번 선로 포크레인 컷!!):                           │
 │      1번 윗길 폭파됨 ──▶ 라우터 CPU: "오! 나 2번 백업 갖고 있지롱!"    │
 │      ──▶ **연산 0초 만에 2번 아랫길을 라우팅 테이블로 격상시킴!**       │
 └─────────────────────────────────────────────────────────────┘

3. RTP (Reliable Transport Protocol)의 신뢰성

  • RIP나 OSPF가 그냥 브로드캐스트/멀티캐스트로 엽서를 툭 던지고 마는 반면, EIGRP는 지도를 보낼 때 RTP라는 깐깐한 배달 증명서 시스템을 쓴다.
  • 내가 이웃한테 멀티캐스트(224.0.0.10)로 지도를 쏘면, 이웃은 반드시 나한테 유니캐스트로 "나 지도 잘 받았어(ACK)!"라고 서명해서 돌려줘야 한다.
  • 답장이 안 오면 그놈한테만 다시 1:1로 16번이나 재전송하며 끝까지 챙기는 끈질긴 책임감을 보여준다.

📢 섹션 요약 비유: EIGRP의 DUAL 알고리즘은 타이어가 터졌을 때 즉석에서 고무를 녹여 타이어를 다시 만드는 것(OSPF)이 아니라, 평소에 트렁크에 공기가 꽉 찬 **"완벽한 스페어타이어(Feasible Successor)"**를 싣고 다니다가 펑크가 나자마자 1분 만에 갈아 끼우고 쾌속 질주하는 F1 피트스톱의 정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