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인사이트 (3줄 요약)

  1. 본질: RIP(Routing Information Protocol)는 인터넷 초창기에 만들어진 가장 단순하고 원시적인 거리 벡터(Distance Vector) 라우팅 프로토콜로, 라우터가 자기 수첩(라우팅 테이블) 전체를 30초마다 이웃에게 복사해 뿌리며 소문을 내는 방식으로 지도를 그린다.
  2. 메트릭의 멍청함: 길의 좋고 나쁨(대역폭, 지연)은 전혀 따지지 않고 오직 "거쳐 가는 라우터의 개수(Hop Count)"만 세서 15칸 이내면 무조건 1등 경로로 채택하는 지독하게 단순한 잣대를 쓴다.
  3. 무한대 제한 (Hop 16): 거리가 16칸이 되는 순간 "아 이 길은 썩은 길(무한 루프)이구나!"라고 간주하고 삭제해버리기 때문에, 라우터가 16대 이상 줄지어 늘어선 거대 기업망에서는 태생적으로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소규모 동네 전용 프로토콜이다.

Ⅰ. 개요 및 필요성 (Context & Necessity)

  • 개념: AS(자율 시스템) 내부에서 사용되는 IGP에 속하며, 벨만-포드(Bellman-Ford)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최적 경로를 결정하는 거리 벡터 라우팅 프로토콜. (UDP 포트 520번 사용).

  • 필요성: 1980년대 컴퓨터들은 지금의 스마트폰보다도 계산 능력이 떨어졌다. 라우터가 온 동네 지형을 다 파악해서 다익스트라(OSPF) 공식을 돌리는 건 CPU가 녹아내리는 미친 짓이었다. "야,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네가 아는 길 나한테 알려주고, 내가 아는 길 너한테 알려주면서 숫자 1씩만 더하자! CPU 안 쓰고 짱 편하네!"라는 빈약한 하드웨어의 생존 본능이 RIP를 낳았다.

  • 💡 비유: RIP는 시골 마을의 **"카더라 통신"**과 같습니다. 이웃 할머니가 "읍내 시장(목적지)까지 3정거장(Hop) 걸린대!"라고 말해주면, 나는 그게 진흙탕 길인지 8차선 포장도로인지(대역폭)는 묻지도 않고 내 수첩에 **"시장까지 4정거장(3+1)"**이라고 덜컥 적어버립니다.

📢 섹션 요약 비유: RIP 알고리즘은 지하철의 **"노선도 역 개수 세기"**입니다. 목적지까지 쾌적한 KTX를 타고 5정거장을 가는 길과, 콩나물시루 같은 1호선 완행열차를 타고 3정거장을 가는 길이 있을 때, RIP는 무조건 역 개수가 적은 지옥철(3정거장)을 1등 경로로 채택하는 단순무식한 길 찾기 앱입니다.


Ⅱ. RIP의 3대 동작 특성과 치명적 단점 (Deep Dive)

1. 30초의 저주 (Update Timer)

RIP는 말이 안 통할 정도로 수다쟁이다.

  • 라우팅 테이블(자기 지식 전부)을 무조건 30초마다 이웃 라우터에게 복사해서 던진다.
  • 1시간 동안 아무런 선로 단절(이벤트)이 없어도, 30초마다 수백 줄짜리 엽서를 계속 주고받는다.
  • 이 때문에 구형 56Kbps 같은 좁은 전용선에서는 RIP가 떠드는 소리(오버헤드) 때문에 정작 고객의 진짜 데이터가 지나갈 대역폭이 꽉 막혀버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2. 15 Hop 제한의 딜레마 (Count to Infinity)

RIP의 최대 홉(Hop) 허용치는 15다. (16은 죽음, Unreachable을 의미함).

  • 왜 15로 막았나?: 앞서 배운 거리 벡터의 치명적 단점인 "무한 루프(Routing Loop)"를 막기 위해서다. 길이 끊겨서 라우터 둘이서 핑퐁으로 패킷을 돌리다 보면 홉이 1, 2, 3... 무한대로 늘어나야 하지만, "어? 16이 됐네! 이거 루프 돌고 있는 거네! 폐기!"라고 억지로 끊어버리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 부작용: 전국에 지사를 둔 농협 망을 생각해보자. 서울에서 제주 지사까지 라우터를 16대 거쳐야 한다고 치자. RIP를 돌리면 16번째 제주 라우터는 "어? 나 죽은 거네?" 하고 스스로 통신을 끊어버린다. 즉, 대형 네트워크에서는 절대 쓸 수 없다.

3. UDP 520번 (신뢰성 결여)

OSPF가 직접 IP 헤더에 올라타거나 BGP가 TCP로 손을 꽉 잡고 통신하는 것과 달리, RIP는 대충 UDP 520번 포트에 엽서를 싣고 허공에 냅다 던진다. "가다가 엽서가 분실되면 어떡하죠?" "어차피 30초 뒤에 똑같은 엽서 또 던질 건데 뭐 어때!"라는 극강의 무책임한 방식을 쓴다.

 ┌─────────────────────────────────────────────────────────────┐
 │                RIP의 비효율적인 최적 경로 선택 시나리오             │
 ├─────────────────────────────────────────────────────────────┤
 │                                                             │
 │   [ 내 라우터 ] ──── (10Mbps 구형 모뎀 선) ────▶ [ Z망 ]      │
 │        │                                             ▲      │
 │        └── (10Gbps 광랜) ──▶ [라우터 B] ── (10Gbps) ──┘      │
 │                                                             │
 │   * RIP의 뇌구조 판단:                                         │
 │   - 직통으로 가는 윗길: 라우터 0개 거침 (Hop Count = 1)         │
 │   - B를 거쳐 가는 아랫길: 라우터 1개 거침 (Hop Count = 2)        │
 │                                                             │
 │   ▶ 결과: "1이 2보다 작으니까 직통이 무조건 짱이야!!"                │
 │           10Gbps 광랜을 놔두고, 수만 명의 트래픽을 10Mbps 썩은 선에  │
 │           때려 박아 인터넷을 마비시켜 버린다.                     │
 └─────────────────────────────────────────────────────────────┘

📢 섹션 요약 비유: RIP는 기억력이 30초밖에 안 되는 금붕어와 같아서, 동네 지도(테이블)를 한 번 외우고 끝내는 게 아니라 30초마다 이웃에게 "우리 동네 지도 이거 맞지?"라고 똑같은 소리를 끊임없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낡고 시끄러운 옛날식 확성기입니다.